[사설] 무명 하급 관리 中 대사의 오만, 우리가 만들어준 것
본국 귀환을 앞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임기를 마치고 조만간 한국을 떠난다고 한다. 싱 대사는 작년 6월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건 오판이며 반드시 후회한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무시했다. 그러다 싱 대사의 정년 퇴임 시점에 맞춰 불러들인 것이다.
외국에 파견하는 대사의 수준을 보면 해당국에 대한 중시 여부를 알 수 있다. 한국은 주중 대사를 이른바 ‘4강 대사’로 분류해 대통령 측근이나 장차관급 인사를 파견해 왔다. 반면 중국은 수교 이후 한동안 부국장급 실무자를 한국에 보냈다. 2010년부터 국장급 인사를 대사로 임명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북한에도 차관급 대사를 보낸다. 더구나 주한 대사는 은퇴 직전인 사람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주한 중국 대사는 대부분 중국 외교부에서 존재감이 없는 인물들이었다. 싱하이밍은 중국 외교부장이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중국 대사가 한국에선 부임과 동시에 VIP 대접을 받는다. 주로 기업인들이 중국 사업에서 중국 대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헛된 생각으로 환대했다. 글로법 대기업 총수들까지 이 하급 관리를 만났다. 국회의장, 여야 대표, 부총리, 장관, 도지사 등 정·관계 고위 인사들까지 수시로 만났다. 작년 6월 싱 대사의 ‘베팅 발언’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자신의 관저로 불러 연설하던 도중 나온 것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중국 외교부 내에서 존재감도 없는 하급 퇴물 외교관을 거물로 만든 것이다.
특히 싱 대사는 최소한의 절제와 겸손도 없는 사람이었다. 싱하이밍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의 사드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공개 반박문을 내기도 했다. 외국 대사가 주재국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주재국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만을 쳐다보는 언행을 했다. 배터리 공장 화재 때는 “한국 기업이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인권을 인정하지 않고 온갖 야만적인 사고가 거의 매일 벌어지는 중국의 공산당원이 한 말이다.
중국이 어떤 대사를 새로 보내는지는 그들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이런 하급 관리를 우리 사회가 ‘거물’로 만들어 대우해 주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하급 관리라 하더라도 대사는 그 나라를 대표해서 온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맞는 대우를 받으려면 중국도 한국 대사를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 주중 한국 대사는 중국에서 거의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다.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도 만나기 힘들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국가에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