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에 해당하는 글 1

무장 군경 대동하고 의회 들어간 엘살바도르 대통령

정치 사회 종교|2020. 2. 16. 08:10

군경 장비 확충 위한 차입 계획 놓고 대통령·의회 갈등

"지난 6년간 미국서 추방된 엘살바도르인 138명, 고국서 피살"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치안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의 의회 승인을 촉구하며 무장한 군인·경찰과 함께 의회로 들어갔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자동 화기로 무장한 군경이 전날 한때 수도 산살바도르의 의회를 점거했다고 보도했다.

의회에 무장 군경이 들어온 것은 1991년 엘살바도르 내전 종식 이후 처음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군인과 경찰이 의회를 둘러싼 가운데 부켈레 대통령은 의장석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과 의회의 갈등은 정부의 차입 계획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지난해 6월 취임한 38세 젊은 대통령 부켈레는 엘살바도르의 심각한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군경이 더 나은 장비를 갖춰야 한다며 1억900만달러(약 1천294억원)의 차입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의회가 미온적이자 그는 지난 7일 이러한 경우엔 국민이 '반란'을 일으킬 권리가 있다고 의회를 압박하면서, 9일 임시 국회를 열어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지지자들에게는 거리로 나와 함께 의회를 압박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군과 경찰 수장이 곧바로 부켈레 대통령에 지지를 보냈고, 9일 의회 밖에는 수백 명의 지지자가 나와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차입안을 표결하기 전에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하며, 굳이 임시 국회를 열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상당수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9일 국회는 열리지 못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전날 의회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이 쓸모없는 의원들이 이번 주 안에 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다음 일요일에 또 임시 국회를 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는 10일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무장 군경이 의회 안에 들어온 모습을 보고 국제 인권단체 등은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것이 위험한 노선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고, 휴먼라이츠워치도 대통령의 "무력 과시"를 비판하며 미주기구(OAS)가 시급히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 경찰이던 아드리아나는 폭력조직의 위협에 시달리자 미국으로 달아났다. 미국 정부는 그의 망명 신청을 거부했고, 2015년 고국으로 돌아간 아드리아나는 2년 후 폭력조직의 총에 맞아 숨졌다.

아드리아나처럼 미국에 거주하다가 추방됐거나 망명 신청을 거부당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중 결국 엘살바도르에서 살해당한 사람이 지난 6년간 138명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5일(현지시간) 펴낸 117쪽 분량의 보고서 '위험으로의 추방'에서 2013년 이후 미국서 추방당한 엘살바도르인 중 최소 138명이 살해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성적 학대나 고문,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도 70명 이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120만 명의 엘살바도르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4분의 1만이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는 임시 자격으로 체류하거나 망명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거나 불법 체류하는 상태다.

미국 정부가 점점 엄격한 이민정책을 펴면서 당국에 적발돼 추방되거나 망명을 거부당한 이들도 늘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추방당한 이민자나 가족, 정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 명을 인터뷰해 미국서 추방된 이민자들이 고국에서 처한 현실을 전했다.

미국에 이민해 가족과 여러 해를 살던 하신토는 당국의 추방 명령을 받고 세 자녀와 함께 엘살바도르로 돌아갔다. 그는 폭력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에 숨졌고, 남은 아이들은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숨어 살고 있다.

폭력조직원에게 학대당하다 미국으로 달아났던 앙헬리나는 2014년 추방돼 돌아온 후 똑같은 조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보고서에 참여한 휴먼라이츠워치의 앨리슨 파커는 "추방 후 살인과 강간 등 폭력에 시달리는 엘살바도르인의 수가 충격적으로 많다"며 "이들은 애초 탈출하기 전에 이들을 괴롭혔던 자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가해자인 폭력조직이나 공권력,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엘살바도르 당국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이민자들이 처할 위험을 알고도 추방을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국제법은 이민자 등을 그들의 목숨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곳으로 돌려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파커는 "고국을 떠난 많은 엘살바도르인에게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미국은 공정한 망명 절차를 보장하고 존엄성 있는 대우를 해야 한다"며 "추방 전에 그들이 처할 엄청난 위험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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